거리를 내달리다 보면 배가 고파진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숙명과도 같은 느낌에 휘말리게 된다. 무언가를 먹지 아니하면 나 자신을 먹어 치워 버릴 것 같은. 마치 공자가 말하는 貪이라는 이름의 짐승과 같이. 난...貪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무언가를 갈망하는 욕망에 순수한 짐승.
왠지 기분이 팍 나빠졌다.
배가 고프지만 시간도 늦었고, 돈을 아껴볼 요량으로 주문한 issac 토스트. 처음에는 그냥...스페셜로 달라고 했고, 그저 바로 스테이크로 안되냐고 물어 보았다. 들려 오는 목소리는 "장사 끝났어요." 어쩌라고? 허 참 ~ 아줌마 너무 하시네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하고. "장사 계속 하면 하겠는데 끝났으니 못바꿔 줍니다." 라고 하니...이거 참.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 손님이 왔다. 외국인이다. 한국말도 잘 하고 "이모, 이거이거 주세요." 막 이런다. 아마도 조선족 일거 같기도 한데. 바로 먹을 수 있게 줄까 아니면 들고 갈 수 있게 줄까 라는 형식으로 물어오는 아줌마. "반으로 잘라 주세요." 라고 말하니 되돌아 오는 것은 "잘라 주지는 않습니다."라고 하는 황당함. 이거 뭐 지점마다 다 다르게 잘사를 하는건지. 내가 가본 몇몇의 토스트 가게는 잘라 주던데 말이다. 그래야 먹기도 편하고 입에 묻지도 않고. 참 어이가 없다. 이럴 때는 차라리 돈을 주고라도 서비스를 제대로 받는 곳으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길, 제길, 제길, 이러면서 막 먹고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휩싸인다.
커피 한잔이 간절해졌다. 매일 같이 시달리는 일상에서 나의 휴식처. 커피 한잔. 언제나 가면 보는 카페 라떼가 아니다. 오늘은 아메리카노. 쓰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드럽지도 않은. 에스프레소 샷에 뜨거운 물을 함께 마시는 아메리카노. 텀블러에 가득한 얼음과 물이 시원하다. 입을 헹구고 다시 커피를 음미하고. 귀에 들리는 음악은 Blue Note 라는 약간은 우울해야 할 째즈 모음. Rose Rouge 라는 St. Germain 의 울림만이 울린다. 울리고 울려서 세뇌 되어 버릴 듯. 반복되는 멜로디, 반복되는 가사. 나도 모르겠다. My Funny Balentine 도 좋지만 말이다. 세뇌되어 버렸다. 나도 모르게. 아메리카노는 부드러웠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녹아드는 얼음에 나도 녹아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