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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차를 마시다 문득... : 홍차 이런식으로 팔지 마라!!
    Cafe&Tea story/Tea Break time... 2010. 9. 30. 20:39

    지금은 마리아주 프레르의 마르코폴로를 마시고 있다.
    마리아주 프레르라고 하면 프랑스 홍차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브렌드이고
    이 중에서 마르코폴로는 요즘 내가 꽤나 즐겨하는 차다.
    사실 이 말을 하려는건 아니고...얼마전에 끄적이려던 글이 생각나서 말이다.

    언젠가 커피 한잔하기에 나쁘지 않은 곳을 찾았다했다.
    커피도 나름 마실만하고 장소도 괜찮고 말이다.
    그래서 한 네다섯번은 갔지 싶다.
    한날은 왠지 홍차가 마시고 싶어졌다.
    보통 밖에서 홍차를 마신다면 아마드나 트와이닝스가 거의 독점적.
    브랜드가 이렇고 차종류로 따지자면 다즐링이나 얼그레이 잉글리쉬브렉퍼스트 정도가 전부다.
    뭐, 그래도 좋다.
    신선하고 정확한 차라면 그에 따라 차를 우려 마시면 되니까.
    그런데...이런건 망고 내 생각 ^^;;
    혹시 어디 차를 사용하는지 물어봐도 모른다니...
    몇분을 우려서 마셔야 하는지도 모르겠지?
    그래도 한번 믿어보자.
    커피에선 괜찮았잖아.
    에스프레소도 썩 마실만했고 말야.
    아...그런데...그런데...이건 아니잖아.ㅡㅜ


    홍차를 마시려 한다는 것은 차 그 한잔 이상의 의미다.
    차를 음미한다는 것은 그저 입으로 꿀꺽 꿀꺽 마신다가 아니잖아.
    먼저 차의 성질 성향에 맞는 도구가 준비 되어야 한다.
    찻주전자와 찻잔의 선택이 오너의 센스를 볼 수 있는 거랄까?
    향이 달콤한 봄날 같고, 수색이 은은하다면 뭐가 어울릴까?
    그정도는 생각해서 내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구가 나왔으면 나온 차의 수색을 살핀다.
    차가 어떤 색을 띄는지 어떻게 차 도구들과 어울리는지.
    넓데데한 홍차잔에 찰방이며 담긴 홍차가 꽃과 어울릴법 하지 않은가?
    새하얀 본차이나도 좋다.
    어쨌거나 어울림이 중요한거니까.
    그리고 코로 향을 즐긴 후 입으로 맛을 즐긴다.
    그래 그정도가 차를 마신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커피와 홍차를 비교해 보자면 이런거다.
    커피는 업무적이고 홍차는 사교적이다.
    똑같이 카페인이 들어가긴 하지만 커피와 홍차는 이렇게 조금 다른 의미로 볼 수 있다.
    (뭐, 정성들여 내린 핸드드립과 집에서 친우가 뽑아주는 모카포트는 패쓰하고 빨리 추출한 에스프레소 음료류가 그런 것 정도)
    음료의 선택이란 그런거다.
    일하다 지쳐서 힘내자고 커피 마시는거랑, 일상을 잠시 벗어나 즐기기위해 홍차를 마시는것!!


    나는 유리 머그잔과 녹차 거름망에 나온 얼그레이를 마셨다.
    지금 난 어디에 있는걸까?
    사무실에서 일에 또 다시 열내고 있는건가?
    맛은 이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다를 말하고 싶은게 아니다.
    왜 유리 머그잔에 녹차 거름망이냐 이거다.
    이건 나에겐 열받는거다.
    고작 이런걸 마시려고 나와서 차를 마시는건 아니다.
    차라리 사무실 책상 앞이면 돈도 들지 않고 편하다.
    집이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잔에다가 좋은 차를 마시겠지.
    그래, 집에서 사용하는 만큼 특별한게 아니어도 좋다.
    기본적으로 밖에서 마시는 기분이라도 내고 싶은 것이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건 서비스 비용에 들어가게 되는거다.
    물 한잔, 넵킨, 설탕, 미소 등등.
    중요한건 이거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면 커피가 홍차를 마시러 왔다면 홍차가.
    그것이 맛있을 때 가장 기본적이면서 최우선적인 서비스가 행해지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기본으로 받으려 할 때 홍차에 머그컵과 녹차 거름망은 아니란거다.
    홍차잎 자체가 물 안에서 제대로 제대로 돌아 놀지를 못해서 맛이 제대로 안난다는 것.
    티팟 전체에서 홍차잎이 물을 받아들이면서 회전을 해서 많은 물과 만나는 것과
    그냥 물을 부으면 그대로 통과 되어버리고 마지막에 와서야 물과 만나게 되는 것.
    과연 어떤게 맛이 있을까?
    건조되어 있던 잎들은 물과 만나서 펴지는데 그 좁은 공간 그리고 제대로 물을 만나지는 못하는 곳.
    말은 다한거 아닌가?
    차라리 이럴때는 티백이 낫다는 생각도 들 정도.
    거기다가 녹차 마실 때 쓰는 거름망도 이쁘고 좋은게 많은데 그냥 밋밋한 플라스틱이라니.
    발암물질 걱정 없다고 하는데...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여하튼 다른 사람이 보면 차 한잔 마시는데 되게 까다롭게 구네 하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난 아닌건 아닌거다.
    내가 내 돈 내고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겠다는데 말이다.
    (이런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 맛에 대한 비중이 아주 낮고 공간적인 활용이 주인거 같다)
    준비하는 차에 대한 정확한 지식, 제대로 준비된 물, 신선한 차, 용도에 맞는 다구를 갖춰야 한잔의 차가 완성되는거다.
    백차, 녹차, 청차, 홍차 차란 말은 다 차라고 하지만 다 다른 종류의 차들이다.
    다 그들 고유의 방법을 가지고 있고, 그들 사이에서도 아주 세분화된 방법이 있는거다.
    가령 아주 간단하게 98도의 물을 부어 4분간 우려라와 3분간 우려라는 전혀 다른 방법이다.
    찻잎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성분들을 어떤 온도 얼마만큼에 우려 냈을 때 최상의 맛을 내는가는 그 특색에 따라 다르기 때문.
    4분에 극상의 맛을 내는 차를 2-3분만 우리면 제대로된 차를 마실 수 없다.
    이른바 장님 코끼리 만지기랑 뭐가 다르겠나?
    가장 잘 우려낼 수 있는게 표준이고 그 이후에 더 우리고 덜 우리고 온도를 높이고 낮추고가 취향인거다.
    커피도 그렇지만 기호식품이라고 표준이 없는건 아니다.
    그 표준을 맛보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된 기호가 있는거지 제대로된 원래의 맛을 알지도 못하면서 취향을 먼저 말하는건 웃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밖에서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저번에 홍차를 머그에 받고는 홍차도 잘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난 마르코폴로 이후로 커피 한잔 마시고 싶어 거리를 헤매었지만...
    결국 1시간 30분여의 발품 이후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제대로된 차, 제대로된 커피 한잔은 대한민국에서 참 어려운거 같다.
    다들 겉멋만 들어서 내실은 없는 그런 속빈 강정같은.

    p.s 손님이 까칠해야 서비스는 발전하는거다.
    p.s2 내가 웨지우드의 몇백만원짜리 찻잔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로얄코펜하겐의 고풍스러운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냐...
    그저 티포원, 제임스새들러 정도만 해주라고!!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