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걸었다.
그냥 내가 원하는 카페를 찾아서 1시간여.
10시 즈음부터 걷기 시작하여 11시가 조금 넘어서야 겨우 앉아서 편히 커피 한잔 마실 수 있게 된 시간.
오늘은 대형 프렌차이즈에서 찍어내는 커피가 조금은 꺼려지는 날이다.
개인샵이면 좋겠다.
이왕이면 핸드드립이었으면 좋겠다.
겨우겨우 예전 기억 찾아서 헤매다 발걸음은 멈추었다.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내가 좋아하는 커피.
오늘따라 오늘의 추천 커피.
어떻게 드릴까요라고 묻는 말에 강하게 내려서.
어제부터 바흐의 곡들이 MP3의 전자적인 신호가 리시버를 통해 아날로그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소리라는 신호로 나에게 전달되고 있다.
아,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듣고 싶었는데 그건 CD에서 변환해 놓은게 없구나.
덕분에 바흐의 푸가의 기법을 아주 감미롭게 잘 듣고 있다.
바로크적인 감성인가? 바로크적인 짜임새인가?
권위적인 고딕의 엄중하면서도 왠지 장엄한 느낌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간만에 듣는 바흐의 곡은 예전에 읽던 루카치의 미학을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20대 초반의 그 청춘의 뜨거웠던 때에 난 왜 미학이라는데 왜 그토록 미쳐있었고, 리얼리즘에 목숨을 걸었던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리얼리스트로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고, 살아간다는 그 추악함 속에서 삶이라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찾고 싶었던가?
그냥 오늘의 바흐와는 왠지 로얄밀크티가 더 어울릴법한 느낌이다.
달콤한 각설탕 하나 톡 하고 빠뜨려 마시거나, 각설탕만을 으그적이 씹어서 이사이로 그 질감을 느끼고 다시금 티를 입안으로 적시며.
이제 선선하다.
테라스 밖으로 거리에는 점심시간이라그런지 사람들이 붐비려 한다.
부는 바람을 따라서 나도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조만간에 밀크티 한잔이나 혹은 핫쵸코 한잔이 마시고 싶을 것 같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