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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지 않고 적당히 치는 파도와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운무 가득한 바다. 비는 내리지 않으나 비가 내리는 듯한 착각은 나만의 환상인가. 어차피 오늘 저녁이나 내일이 되면 비는 또 내리겠지.
꽤나 오랫동안 기다린거 같다. 이런 맑은 날이 오기를. 사실 지금도 맑지는 않고 안개가 끼듯 자욱하고, 하늘에 구름은 연기 날리듯 날린다. 한참동안 비가 내렸다. 쏴아 쏴아 하며 내리는 빗소리에 세상은 조용하다. 사실 빗소리에 묻혀버렸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 그 비가 그쳤다. 매미가 운다. 아니 내도록 울었던 매미 소리가 이제야 들린다. 정말 여름인 모양이다.
여름은 비다. 여름은 즉흥이다. 여름은 장마다. 여름은 여름이다. 저녁에 시원히 내리는 비에 마음이 시원해졌다. 카페를 나오는 시간에 내리는 비는 잠시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았다. 여름에 내리는 비니까. "잠시만요!!" 매니저 오 가 불렀다. 투명 비닐 우산을 건넨다. 깜깜한 밤이지만, 투명 비닐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스네어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묘하게 일반적인것에 끌리는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