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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님!! 저 아시잖아요!!
    for Freedom/about Myself 2007. 8. 20. 11:57
    몇일전에 농협에 가서 있었던 일이다.
    누나와 함께 장을 보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정육 코너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거기서 누군가 다짜고짜 날 보고서.
    "형님!! 저 아시잖아요!! 전, 기억해요!!"
    막 이렇게 말 하는게 아닌가.
    참,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상황이다.
    "저, 이거 다 팔아야 월급 받을 수 있어요.ㅡㅜ"
    그래, 그런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내가 그거 다 사줄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저, 19살 이에요. 형님 저번에 사주셨잖아요. 만원치만 사 주세요.ㅡㅜ"
    막 이러는 것이다.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19살 짜리가 이런데서 일을 하고 있다니.
    뭔가 여러가지 이유도 있겠지.
    집이 가난하다던가의 이유도 있을 수 있고,
    또는 연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그런 것 일수도 있고,
    학교를 중퇴하고서 직업을 찾는 것 일수도 있다.
    사실 어린 나이는 아니다.
    난 아르바이트를 중학교 2학년 때 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해 왔으니까.
    그게 아르바이트일 때도 있었고, 정규직일 때도 있었고, 프리랜서일 때도 있었다.
    너무 한 탓에 대학에 와서는 하기가 싫어진게 문제지만.
    여튼, 이리저리 난 고민을 했는데 옆에서 누나가 사 주자고 그러는 것이다.
    뭐, 나야 상관 없다.
    사실 사 줘도 되고 안사줘도 되지만 사실 사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있었다고나 할까?
    부위가 앞다리살인데 이 부분이 고기가 싸면서 참 괜찮다.
    적당한 기름기에 적당한 육질 적당한 두께.
    삼겹살을 사람들은 맛있다고 먹는데 왠만하지 않고는 이 고기에 비할바가 아니다.
    양념을 하지 않고 소금구이로만 먹을때가 가장 맛있다.
    1만원치만 사려는데 이것저것 많이 끼워 주더라.
    깻잎도 두묶음 넣어 주고 1.3kg 을 달아서 1kg 으로 표시해서 준다거나.
    어떤 측면에서는 장사 수완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호소하는 말과 눈빛 그리고 잽싼 행동력.
    내가 일을 한다면 이런 녀석을 두고서 일을 하면 참 편할거 같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더 끼워주고 그런건 사실 주인의 재량이지만.
    판매하는 것을 봐서는 딱히 그런건 아니고 일정 수준의 매출만 있으면 되는 듯 싶다.
    더 가관인 말이 하나 남아 있었다.
    "저, 다음주면 월급 타거든요. 그럼 이거 끝이에요."
    하면서 참 밝게 웃고 있더라.
    아마, 빛이 나고 있었지 싶다.
    이 전에 고기를 여기서 두번인가 산 적이 있다.
    한번은 그냥 고기가 필요하기도 해서 한 2만원어치 산 것인데.
    그때는 진짜 싸다면서, 사실 먹어보니 맛도 있더라.
    그래서 산 것이고.
    두번째는 누나와 함께 와서 산 것인데 고기가 떨어져서 산 것이다.
    둘 다 이녀석이 있었다는게 공통점이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팔려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참 바람직하다.
    언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려마는...
    그래도 인간사 모르는 것이라고.
    여하튼 고기는 맛있데.ㅎㅎ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