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가장 강렬할 무렵에 집을 나섰다.
조금은 무거운 가방이 오른쪽 어깨를 내리 누르지만 나무그늘 사이로 다니는 발걸음은 기분이 좋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내리는 밝은 빛이 또 좋다.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거니라노니 나뭇잎 사이의 빛들이 두 손 사이로 춤을 추는 듯 하다.
쳄발로의 경쾌한 음은 피아노의 그것과는 다르다.
쳄발로는 더 야성적이며 원색적이다.
춤을 추듯 거리를 누볐다.
어디론가 내가 쉴 수 있는 곳이 없는지.
오래된 구석으로 구석으로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찾았다...
아니, 실상은 찾은거 같다.
갈등을 하며 선택하지 못했던 다른곳과는 다르게.
조용하게 그리고 푸근하게 쉴 수 있을만한 곳.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치즈케잌 하나를 먹는다.
처음인데도 말이 술술 나온다.
이제 두달여 남짓 된 카페라 그런다.
음악의 선곡이 마음에 든다.
보헤미안적인...느낌.
손님에게 돈도 제대로 받지 못했었다는 주인장은 선뜻 말을 건넨다.
"저, 저녁 먹으려고 그러는데 혹시 밖에 나가서 드실건가요?
아니면 비빔면 먹는데 같이 드시죠.
저 혼자먹기 좀 그래서요."
넉살도 좋은 난 처음 가는 카페에서 "네" 라고 대답한다.
얼떨결에 찾은 카페에서 커피와 케잌만이 아니라 저녁까지 대접받는다니...
양파를 곁들인 비빔면도 좋았지만 두툼한 계란말이가 기분에 좋다.
난 계란말이를 좋아한다.
지금은 또 다른 카페에서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