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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Tea story/Cafe is

[홍대 카페]망명정부 : 정처없는 자들을 위한 카페




언젠가 홍차를 좋아하는 사촌 동생의 추천을 따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홍대 앞에 몇몇 곳이 있긴 하지만 미어터지는 사람에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즐기기란 쉽지 않으니까.
한적하게 유유히 걸어서 걸어서 알만한 곳들 몇몇을 휙휙 지나쳐 버린채 망명정부로 발걸음을...


들어가기 전 마구 휘갈긴듯이 씌여져 있는 메뉴판.
얼마나 자유로운가?
주인장 자신의 추사체를 보는듯한 자유분방함이 보인다.


꽤나 오래전에 흘러가버린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
오너는 커피 한잔을 내리고 손님은 바에서 커피 한잔에 사색에 잠긴다.
뭐랄까...핸드 드립 커피, 손흘림 커피는 왠지 인간적이다.
커피의 향과 함께 인간적인 향취가 묻어나는 듯한.
그래서 진득한 에스프레소보다 더욱 끌리는게 아닐까?
(그렇다고 에스프레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건 절대 아니다)


너무나 저렴한 메뉴에...
여기는 과연 홍대 앞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하지만.
큰 돈을 벌고자 커피를 만들었다면 이렇게 메뉴를 구성할 수 있었을까?
다소 아니 꽤나 크게 매니악한 커피 매니아로서의 입장에서의 메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른집에서는 좀 보기 힘든 핸드 드립보다 차같은 메뉴가 더 비싸니.
(차는 사실 다른집...찻잎을 거기서 거기로 사용하는데 값은 천차만별...)
나같이 커피 매니아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메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들고 나가는 커피는 1000원을 할인하고 차가운 커피는 1000원 더함 그리고 리필은 1000원.
공짜가 아니라 제값을 내고 먹는다는 생각에 더 인간적이다라고 생각될 수 있는 가격.
참고로 카페로 영업을 하는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고 그 이후의 시간은 주류를 판매한다.


잠시 잠깐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와 소소한 카페의 바.
내가 좋아하는 바.
언젠가 짐을 좀 비우고 오면 바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만 음미하고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어깨 무겁게 몇권의 책과 노트북과 카메라를 짊어지고 다니니...
조금 덜어내고서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하며.


내부 정경은 요즘 말하는 아기자기한 여자의 방 같은 꾸밈이 아니라.
꾸밈 없는 내 방 같은 느낌이다.
나무의자 나무책상 사용되어지는지 알 수 없는 피아노 그리고 언제나 밖에서는 직접 로스팅을 하시는 오너를.
커피 매니아라면 알겠지만 여기 오너는 예전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로스팅 하시던 분...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커피 한잔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이정도 공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흰색 자기잔에 내려지는 커피.
커피의 깊이에 인생의 깊이를 더한 맛일까?
커피 한잔이지만 왠지 달라보이는건 왜일까도 싶다.
차분하게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은 번잡했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그냥...정말 그냥...그냥...아무 생각 없이 커피 한잔을 마시러 오고 싶어지는...


스모킹이 되는...스모킹이 되야만 할 것 같은 카페.
하지만 담배연기가 그다지 방해를 주지는 않는다.
과도할정도로 태우는 담배가 아니라...그냥 태워지는 담배일 뿐.
오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 눌러 붙고 싶어진다.
어제도 일감들을 가득 담고 와서는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
중간에 환담 잡담을 하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눈치도 보이지 않는 ^^;;


밤에...카페 시간대 이후로 주류를 판매하는 곳이라 물잔들은 죄다 온더락 잔이다.
scotch blue, J&B, ...
다음에 여기서 술도 한잔 마셔봐야 할텐데 어떻게 판매가 되나 모르겠다.
왼쪽에 진열된 보드카, 위스키 등을 보니 죄다 잔으로 판매 하는 것 같던데.
어제 나가면서 싱긋이 웃어주시는 오너의 미소를 생각하면 술 한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다.
너무나 갈곳이 많지만 정작 갈 곳은 정말 없는 홍대 앞에서는 나의 베스트가 될 것 같은 망명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