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나왔다.
그냥 나왔다.
그냥.
이미 여름은 지나버렸다지만, 아쉬움에 열기는 더욱 극성인 날씨를 피해 카페에 들어와 앉다.
홍차라떼 한잔 부드럽게 목을 넘긴다.
밖은 더웁지만 여기는 시원한 카페 안이니 따끈한 홍차라떼가 더욱 즐겁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미지근거리며 식도를 타고내려가는 것이.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긴 하지만 뭐 괜찮다.
모처럼의 여유를 머리가 아프다고 집에서 누워 보내긴 싫으니까.
홍차라떼 한잔에 나의 감성을 쏟아부어 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두통의 정도가 감성을 토해낼만큼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인지도...
구토마냥 부어버린다면 좋겠지만 그건 또 아름답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카페는 8인만이 이용할 수 있는 길지 않은 Bar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가 창 밖으로만 보고 서로를 보지 않는 카페.
언젠가부터 서로를 마주보고 앉는 것이 두려워져 버렸다.
마주앉아서는 왠지 진실만을 토로해야만 할 것 같아서.
그 부담서러움에 서로 나란히 앉는 Bar 자리가 좋아진걸지도.
아니...서로의 표정을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도리어 진실을 이야기 한다.
두통은 여전하다.
아직 떠날 시간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