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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한잔에 편지를 담다.
    Cafe&Tea story/Tea Break time... 2008. 12. 24. 17:20
    '커피 이야기'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언젠가부터 편지를 쓸때면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가 아니면 아니게 되었다.
    진득한 에스프레소,달콤한 꽁빠냐, 깔끔한 아메리카노, 따뜻한 카페 라떼, 부드러운 카푸치노...
    그렇게 한잔의 커피 한잔과 함께가 아니면 쉽사리 글이 쓰여지지 않는 듯한 느낌.
    무언가 감성을 잔뜩 담아서 나의 삶을 나누고 싶은데,
    그 부족했던 감성은 커피 한잔에 비로소 충전되는 듯 하다.


    어떤 이야기를 쓸지 여러가지 고민을 가지게 되지만...보통은 커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난, 지금 어떤 커피샵에 와 있어...
    오늘은 어떤 커피를 주문했는데 달콤해, 씁쓸해, 그리워 등등의 감정도 그려보면서.
    끄적끄적 깨작깨작 등등의 어떻게 보면 의미없을 단어의 나열들.
    일상의 단상을 나열할 뿐이기도 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은 시린내 마음을 녹여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따뜻한 마음에 따뜻한 글이 쓰진다고 믿는 내 마음에 마음을 녹인다.
    그러기에 백지에 채워지는 단어의 편린들은 비단 단어만이 아니다.
    채워지는 것은 그리움, 기억, 사랑, 우정, 이름, 여러가지 감성의 단어들의 마음이다.


    한자 두자 끄적여진 편지지가 한장 두장 한국 미국 캐나다...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한다.
    커피 한잔에 담겨진 감성들은 커피향 깊이 담은 편지 한통.


    커피는 이성적인 음료이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음료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즐거웠던 친밀했던 기억을 더듬는 촉매로서의 커피.
    함께하는 공간에서의 싱그러웠던 미소를 기억해내는 기억은 그녀가 마신 라떼 한잔.
    입가 주위에 잔뜩 묻었던 우유거품에 마냥 웃어제꼈던 카푸치노 한잔.
    시 한편, 수필 한편에 은은한 마음 눈물 지었던 커피가 있었던 공간.
    그 공간을 그리며,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또는 익숙한 감성으로 끄적이는 편지 한장.
    편지지가 없다면 티슈에도, 계산지에도, 포스트잇에도 관계없이 끄적이던 편지 한장.


    때론, 술 한잔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한 편지지에는 눈물을 머금는다.
    네가 아파서, 나도 아파서, 한잔 커피 후, 너의 소식에 독주를 입안 가득 털어넣는다.
    내가 아파도 넌 아프지 않았으면 하고, 네가 아프면 내가 대신 아프고 싶은 느낌들도.
    몽롱한 느낌으로 펜을 쉼없이 움직여 토해내는 글들은 커피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다.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는 교차하는 것이 만감이라.
    슬픈 일에도 글을 쓰고, 기쁜 일에도 글을 쓴다.
    종이 위에 끄적여지는 글들에 카타르시스즘을 느끼고, 후련한 기분에 쓰윽 눈물을 닦는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셨다.


    생각해 보면 수십통의 편지를 끄적였고,
    수백장의 종이 위에는 일상들이 놓여있다.
    얼마나 더 많은 잉크와 종이가 산화될지도 모르겟다.
    마시는 커피의 잔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을 테니까.

    커피 한잔에 웃을 수 있는 나이란 것도 즐거운 일임에
    오늘도 커피 한잔을 적는다.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