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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에서의 끄적임 : 층계의 틈, 2008년 12월 31일의 이야기
    Cafe&Tea story/Tea Break time... 2009. 1. 1. 01:06

    층계의 틈

    카페에서는 이리저리 글을 끄적이곤 한다.
    예전에 그냥 지나가는 생각에 종이가 없으면 카페의 종이라고는 휴지 밖에 없을때...
    08년 여름의 어느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층계의 틈"
    나는 종종 훔쳐 보곤 한다.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갈증.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하고서 눈을 가늘게 뜬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선 왼쪽 눈으로 빛이 흘러오는 틈새를 무심히 들여다 본다.
    뜨겁지 않은 붉은 빛에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의자만이 존재한다.
    어스름히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보일 것 같다.
    소스라치며 보이는 소리에 눈을 감아 버린다.
    삐걱이며 공허한 빛의 무리만이 귀를 통해 스멀거리며 빠져 나온다.
    진득한 푸른색의 체액.
    메아리는...
    차가운 한잔의 물에 기대려다 빠지고 말았다.

    그냥 저냥 언제나 끄적임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끄적이게 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해 내기도 한다.


    2008년 12월 31일에서야 다 보내버린 편지.
    평소와같이 다채롭게 끄적인것도 아닌...
    몇달여에 생각날때마다 끄적인 흔적들...
    하지만 가슴 저 아래서부터 새겨져 있던 기억의 각인들.
    비행기를 타고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죄다 카페에서 끄적인 편지...

    01

    12월 31일 마지막인데도 카페에서는 난 여전히 혼자서 맞이했다.
    북적거렸던 주변은 6시를 기점으로 옆에는 누구도 있지 않았고,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홀로 나 혼자서 커피를 홀짝였을 뿐이다.
    우체국에 들려서는 멀리로 편지 한통을 붙이고,
    문구점에 가서 무언가를 하나 움켜 쥔 다음...
    그냥 익숙하게 들어가서 익숙하게 마시는 커피.
    그래서 그런지 익숙하게만 느껴진다...
    2008년의 익숙함은 이게 마지막인가.
    2009년 1월 1일의 커피는 다를까?

    01

    또 다시 편지 한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아무런 깊이도, 빛나는 문장도 없지만 써 내려가는 글에 기분이 좋아진다
    목적을 위한 행위가 결국 도치되어 행위가 목적이 되어버린 것일까?
    당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으리...
    하지만 지금 내가 편지를 쓰는 순간에는 오로지 당신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주오.

    유럽 여행이 갑자기 가고싶어져서 책을 몇권 보는데 유럽문화기행.
    1월 1일을 이 두권의 책과 맞이하는 것도 좋지 싶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난 또 이 겨울에 어디론가 떠나긴 하겠지...

    나의 오지 않을지도 몰랐던 내일은 어김없이 왔으며,
    이 어둠이 지나간 뒤에 빛이 올 것이라는 예상은 분명 그럴 것이다.
    큰 빛에 친숙한 어둠은 온데간데 없이 거리에는 사람들이 붐빌테지.
    난 또 언제나와 같이 카페에 들어가 한 귀퉁이에서 편지를 쓰리라...

    오늘은 왔고, 내일은 어김없이 오리라.
    내가 스러지는 그 순간에도.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