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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파리바게뜨에 간 이유 : 그것은 사실 도피다
    Cafe&Tea story/Tea Break time... 2008. 11. 15. 20:38
    01


    오랜만에 고향에 와서 좋지 않은건 괜찮은 커피샵이 없다는거다.
    1. 괜찮다해서 가면...거의 집에서 내가 로스팅해서 내리는 수준도 안되는 곳도 있노라 하면...
    2. 현실과의 타협이 전혀없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거나...
    3. 아니면 인간성이 수준급 이하다...하하핫!!!
    사실 이런 이유들을 붙이는 이유는 좀 제대로된 커피샵이 있어줬으면 한다는거다.
    모든걸 죄다 충족할 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혼자서 기분 좋게 맛난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그런...
    차를타고서라도 가서 한잔 마시고 쉬고 싶은 그런 느낌?

    그런 이유들을 다 제껴 놓고 오늘 지금 내가 파리바게뜨에 온 이유는...아주 간단하다.
    집에 딱 들어서니 아버지가 쉿!!!이라는 손짓을 하지고서는 조용히 하고 나가라고 하신다.
    이유인즉슨 외할머니께서 집에 오셨다는건데...
    동생과 내가 둘 다 대학원생인데 지 밥벌이도 크게 제대로 못하고 집에 자주 내려온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래서 아마도 동생이나 나를 보시면 타박을 하실 것이라 예상이 되어지고...
    어머니와도 그런 이유로 아주 긴 시간동안 언쟁을 벌이시고 계신 현실.
    아, 이거 참 뭐냐는...
    사실 동생과 내가 돈을 못버는 것도 아니고 다만 직함을 가지고 있는 직장이 없다 이거지.
    막말로 직함 가지고 있는 친구 보다 잘 벌때는 잘 버는데 말이다.
    할머니 눈에는 직장이라는게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집을 나왔고, 마침 생각 나는게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커피샵이다.
    리포트도 오늘 저녁 11시 59분 59초까지 올려야 하고...쩝
    그런데 그 커피집 이름이 커피 매니아 였나? 그런류의 이름이었는데..
    금방 보고도 내 뇌리에서 희석되어버린 것을 보면 좋지 않았거나 아주 관심이 지대히 없었던게다.
    그도 그러할게 안에 딱 보니 건설회사 아저씨들 같이 생기신 분들 여섯 분이 계시고...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여자애가 혼자 바 안에 서서는 서성이고 딴짓거리 중이었다.
    보아하니 딱히 맛도 없어 보이고 그냥 내부 인테리어도 그냥 저냥하고.
    알바 아가씨랑 아저씨들 모습을 보니 죄다 아는 지인 관계이거나 그런거 같고.
    머리 속에서는 아 시끄럽겠다...라고 막 부르짖고 있었다.
    걸음을 돌렸다.

    마땅히 책도 보고 쉬면서 리포트를 할만한 곳이 보이질 않는다.
    바에 가려니 너무 어두운 조명에 요즘 그래도 침침한 눈에 보이지도 않을라.
    맥주야 한캔이 가방에 짱박혀 있으니 어디 찌그러져서 마셔도 될거 같기도 한데.
    커피샵은 암만해도 없더라.
    거의 수준이 밀애를 나누는 수준이거나 coffee+beer 로 짬뽕 이거나...
    그러던 와중에 사거리에 있는 PB라 적혀진 파리바궤르 ~ 가 생각난것.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에 마늘 토스트 하나니 이게 저녁이구나.
    아...집에 빨리 가서 맛난거 좀 먹을려고 했더니 그것도 안되는군.
    조금전 아버지가 전화하셔서는 "할머니 가셨다 빨리 온나." 라고 하시는데.
    "엄마는 아들이 밖에서 떨고 있는 줄 아니까 빨리 오니라."라고도 하시는데.
    전혀 사실 무근하다는 것을 아버지는 아셨을 것이다.
    여하튼 동생 노트북도 세팅해야되고, 리포트도 써야되고, 사진도 정리해야되고, 전화도...

    일단 오늘은 저무는구나.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