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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안의 한잔 커피
    Cafe&Tea story/Tea Break time... 2008. 11. 7. 21:32


    곰돌이이다...나는 곰이다...그러니 곰이 그려진 커피는 나에게 어울려 보이기도 하다.
    어디론가 들려서 가야할거라 생각했지만 그냥 바로 커피샵을 향해 버렸다.
    누군가와 잡으려했던 약속도 부질없는 것이라 생각되고,
    덧없는 생에 그냥 여유롭게 움직이자 싶어.

    라떼아트를 티스푼으로 한두번 휘저어 버리면 이내 그저 커피와 우유의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짐작하게 한다.
    갈색의 커피와 흰색의 우유는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하나가되어가는 것.
    부드러운 갈색을 띄는 커피는 이내 흐뭇한 미소를 남긴다.
    그냥 이리저리 섞여가며 자신의 색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는데.
    실상은 또 다른 색으로 변해가고...또 다른 맛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그것은 내재하고 있는 혼돈이나 갈등이 아닌 균형과 어울림으로 남아가는 것.
    요즘에 바빴던 일상을 돌아보며 그냥 휘저어버렸을 뿐인데.
    그건 단지 휘저어버림이 아니라 적당히 세상과 어울려가고 있다는 느낌이기도 하니...

    따뜻한게 손에 쥔 잔은 기분이 좋다.
    적당히 데워진 잔에 적당히 따뜻한 커피.
    밖에는 비가 오는데 우산을 들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뻥 뚫린 창가에는 나란히 앉아 있는 연인과 친구들이 있다.
    난 그저 홀로 커피 한잔을 따스히 손에 쥐고서 혼자서 노래를 듣는다.
    어쩐 일인지 오늘은 평소에 익숙히 들려오던 음악도 들려오지 않는다.
    리시버를 귀에 꼽고서는 볼륨을 줄이고서 조용히 나도 조용히 음악을 듣는다.
    이런날에 어울리는 음악은 뭘까?
    때마침 울려오는건 유키구라모토의 피아노였는가?
    바다에도 비가 내리고, 굳어버린 시멘트 아스팔트 도로에도 비가 내리겠지.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비는 내리지만 비가 내린다는 것에는 다르지 않지.


    어찌된 일인지 커피샵에서 읽는 책이 술에 대한 책이었을까?
    자고로 풍류를 알려면 술은 기본이라지 않았나.
    풍경을 보고서 한구절 싯구를 읊을만하고,
    녹아드는 아름다움을 한폭의 그림으로 남기며,
    그걸 감미로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풍류라 할 수 있지만.
    흥취를 도우기 위해서는 악기 하나쯤으로 장단을 울리고,
    장단에 맞춰 춤도 출줄 알고,
    그러기 위해서는 술이란게 또 빠질 수 없음을 아니까.
    술이 빠진다면 조금은 밋밋한 맛이 국에 소금이나 간장이 들어가지 않았다 할 수 있다.
    먹을만하지만 좀 더 감질맛이 나지 않는 것이 한맛 더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듯이 말이다.
    또한 그에 맞는 것이 차니...술이나 차나...곡차라면 술도 차요...곡차는 차니 차도 술이다.
    책을 읽고보니 막연히 막걸리 한사발을 쭈욱 들이키고 김치를 쭈욱 찢어먹고 싶기도 하고.
    허참, 어떻게 보면 커피샵이랑은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상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냥 그렇게 지내다 또 하루가 지나버릴 것 같아 조금은 서둘러서 커피샵을 나선다.
    나가는 걸음에 "가세요?" 라는 "가세요." 와는 다른 어감의 물음이 재밌다.
    평소라면 두어시간은 기본으로 느긋하게 있는데...
    왠일인지 오늘은 한시간이 채 되기 전에 일어서 나가버리다니.
    아마도 의아함에서였을 것이다.
    그냥 빙긋이 웃는 얼굴로 잘가라는 인사에 나도 잘있어라고 인사를 한다.


    그냥 술을 한병 살까도 싶었다.
    추적이는 비에 거리를 걸으며 느껴지는 것은 코트를 두드리는 빗소리와흘러내리는 빗물의 질감이다.
    손은 탁탁 치며 적당히 털어버리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오늘은 그냥 술은 되었다.
    점심때 맥주도 한병 비웠고, 오늘은 칵테일이나 한잔 만들어 마셔야지 하면서.
    계절이 이러니 연애나 한번 해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버린다.
    잘짜여진 극본에 맞게 연기만하면 되는 무대가 아니니까.
    즉흥적으로 쏟아지는 대사와 몸짓에 맡겨버리기에는 아직도 나의 연기는 서툴다.
    요즘에 계속해서 나를 붙잡는 것이 끊임없는 자기 혐오와 자기 연민이랄까?
    자기 혐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느정도 타당한 단어 같기도 하다.
    옛날 같았다면 좀 더 과감하게 결단하고 밀어붙이는 그런것도 있었는데.
    소극적이고 좀스러워진것 같아 스스로에게 불만이기도 하다.

    커피 한잔과 내리는 비의 감성에 씻겨버렸으면 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그게 무엇이든...끈적이는 느낌의 기분나쁜 그런것들을...
    지금은 겨우 밤 아홉시 반나절 밖에 되지 않았다.
    얼음이 들어간 진한 아메리카노 한잔이 그냥 좋은 밤인데.
    조금 있다가는 칵테일이나 한잔 만들어 마셔야겠다.
    알렉산더 시스터...그냥 오늘은 여자가 좀 그리운 밤이니까...
    그래도 상큼하고 풋풋한 느낌에 그런 느낌은 아니겠지?
    오늘 같은 밤은 오르가즘이나 그런게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큭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