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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한잔에도 취할 수 있는 밤이 왔으면...
    Cafe&Tea story/Tea Break time... 2008. 11. 7. 02:03


    어물쩍 거리는 사이에 스멀스멀 기어오는 듯 목구멍까지 차 버린 어둠이다.
    잠에서 허우적대며 꿈속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야 할 시간에 커피 한잔이 왠말인가.
    이런 어둠에 가야금의 선율은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이질감을 주어 어둠이 아닌 듯 하다.
    어차피 화면의 밝게 반사되어 흡사 스스로가 안광을 발하는 듯한 괴이함도 주는 현실이지만.

    오늘과 어제와 경계도 모호해져버려 커피도 어제와 오늘이 모호하다.
    사실 이게 커피인지 술인지도 모르겠고.
    목구멍으로 들어가는건 카페인인지 알콜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도착한 펀치로 뚫어 놓은 귀마개를 뚫어서 이어폰 폼팁으로 개조도 하고,
    오늘 예상치 못하게 도착해 있는 "마음을 그리는 고흐" 라는 책을 보면서
    어떻게 읽고 리뷰할건지 생각도 하고,
    아이팟에 넣을 음악도 다시 선정해야겠고,
    PMP 납땜도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하고,
    수영 사물함에 신청을 위해서 메모도 하고,
    끊임 없이 하고, 하고, 하고, 하고, 의 나열으로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현재가 되어버린다.

    생각해 보니 집에 오자마자 사이다에다가 수박 리큐르를 섞어서 마셨구나.
    오기 전부터 맥주 한잔이 간절했는데 그걸 못마셔서 지금도 잠을 청하지 못할지도...
    아, 이번에 담근 맥주 한병을 냉장고에 넣어둬야겠다.
    생각한 순간 호가든병에 넣은 열다섯번재쯤으로 병입된 녀석을 넣어뒀다.
    내일이나 모레쯤 마시면 어떻게 맛이 변해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고.
    기필코 내일은 스위트 버무스 한잔을 멋드러지게 만들어 마실까도 한다.
    그냥 이런 저런 상상해 스스로가 흐뭇해져서 웃곤 하고 말이다.

    주경야독(酒傾夜毒)이라는 말이 이토록 어울릴줄이야.
    낮에는 술잔을 기울이고, 밤에는 독주에 취하고...
    나에게 주경야독이란 그런 의미이겠지?

    요즘은 차한잔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은 것 같은 꽉막힌 일상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미안할 만큼 여유가 없었단 것도 인정한다.
    그런것이 미안해서 였을가?
    마티니 로쏘를 한병 사서 진열장에 올려다 놓았다.
    그러고보면 오른쪽 책장에는 있어라는 책은 반절밖에 없고 죄다 술이다.
    베일리스, 바카디, 드람뷰이, 카시스, 말리부, 모짜르트, 깔루아, 디사르노, 갈리아노, 봄베이, 레미마틴, 발렌타인, 베네딕틱, 예거마이스터, 트리플섹, 헤네시, 피치 트리, 슬로우 진..................
    사십여병의 술병들과 이십여병의 맥주들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다.
    매일 돌려가면서 그저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는 친구들일까?
    돌아가면서 나를 위로해주니 참으로 좋은 친구들이다.
    사실 본질은 하나인데 매일같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친구들.
    이번에 정리를 한것도 노트북과 스피커를 위한 공간도 있지만
    맥주와 기타 술병들을 넣기 위해서이기도 하리라...

    아직도 새벽은 멀었건만 퉁겨지는 가야금 선율은 어둠을 찢어버릴 듯 하다.
    그래도 양치질은 하고 자야지...
    아...밤이라 눈이 아프고...횡설 수설하는구나...
    오늘 새로 온 일리는 그다지 맛이 없었다.
    편하긴 한데...
    커피 한잔에 취해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