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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샵을 하루에 세번간 남자의 이야기 : 술을 녹이고,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얼음을 띄우는 이야기
    Cafe&Tea story/Tea Break time... 2008. 9. 17. 19:30
    한잔의 커피를 다 비워버린 뒤 이야기는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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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그의 최후는 주독에 빠져 인사불성으로 자신이 죽는지조차 모른채 죽을지도 모른다.
    그는 로얄샬룻 21을 산 뒤 언제나 가는 커피샵으로 향했다.
    딱히 한가하지 않았던 커피샵은 적당할 만큼의 붐빔을 가지고 있었고,
    득의 만면한 미소로 아이스 카페라떼를 주문한다.
    사실 커피샵의 주인공은 커피여야하는데 주인공이 바뀌어버린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소중하게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던 커피는 내팽겨쳐버리고,
    올드패션 글라스에 큐브드 아이스를 몇개 띄워서 위스키를 한잔 따르며 싱긋이 웃어버린다.
    족하다면 족할만큼마신 그는 술병을 슬며시 넣더니 반쯤 비워버린 커피잔에 시럽을 따른다.
    아마도, 알콜로 충족되지 못한 그의 심장을 카페인과 설탕으로 마져 채워버릴 모양이다.
    지독히도 진득이는 설탕 시럽과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카페인에 그는 얼굴을 더욱 붉힌다.
    알콜과 카페인이 믹스 되어서 심장부터 손끝 발끝 뇌에 말초까지 샅샅이 훑고 지나간다.
    키킥 대면서 혼자 웃기도 하면서 심장을 오른손으로 쥔 그는 고통 스러운 듯 갑자기 찌푸린다.
    지병과 같이 평소에 그를 괴롭히는 심장 질환이 또 발작한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분야에 있는 그것은 그를 언제나 압박한다.
    기분이 좋거나 기분이 좋지 않거나.
    심장의 텐션이 빨라지면서 그는 멍한 시선으로 하늘을 향해 질식할 것 같은 신음을 토해낸다.
    그의 심장은 텐션이 빨라진다고 해서 코믹스에 나오는 헐크같이 변하진 않는다.
    다만 멈춘듯이 실제로 멈추어져버려서 영원한 멈춤으로 향할 뿐이다.
    그 영원함 뒤를 그는 알지 혹은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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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즈음에 다시 찾은 커피샵에서는 인사로 누군가 맞아 준다.
    그는 언제나 찾는 커피샵만을 또 다시 찾는 이유는 이런 즐거운 인사 때문이다.
    피상적인것 같지만 그는 이런 작은 것에서 아주 작은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의 피상은 그의 피상과 또 다른 의미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스스로의 자위로 괜찮다 한다.
    진득한 리져레또 한잔을 하려 하였으나 그건 좀 과하다 생각했는지 그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였다.
    어쩌면 의아스러울지도 모른다.
    그의 주문은 언제나 카페 라떼 혹은 카페 꽁빠냐 였다.
    이건 아마도 본처와 정부의 관계 이기도 한 것이다.
    늘상 질리지 않으면서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 공유하며 걸어갈만한 여자와의 사랑의 나눔?
    그것이 카페 라떼라고 한다면,
    진득하면서도 달콤하고 왠지 조금은 과다한 정도의 크림에 도취되어 스르륵 녹아가는 것은 밀애요 언젠가는 버려야 하지만 버릴 수 없는 금단의 사랑.
    바로 카페 꽁빠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약간은 고지식하면서도 인텔리하고 블랙 재킷에 일밖에 모를 것 같은 무미건조한 여자와 사랑을 나눈다면 그것은 아마도 에스프레소라고 하자.
    더욱더 빠른 텐션에 심장을 쪼개버릴 듯이 헐떡이게 만들고, 하지만 진득한 향 뒤에는 개운한 느낌과 함께 지난 밤의 뜨거운 열정을 잊은 듯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활력을 가져다 주는 것.
    그래, 바론 그런 여자가 그에게 에스프레소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지 않기에 그저 단순한 변심이거나,
    거리의 어떤 이름 모를 악취와, 역겨웁게 삼켜야 했던 쓰레기를 적당히 뱉어낼 수 없어 속을 달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에스프레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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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하게 차가운 얼음을 산산히 부셔 버린다.
    그 차가운 얼음의 산 위에 시커멓고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잔뜩이, 두잔이나 쏟아부어 넣는다.
    상상하곤 하지만 그는 검은 아래의 액체 보다는 위의 갈색의 거품이 좋다 생각한다.
    색은 마치 비오고 난 뒤에 여름 날의 물위에 지저분히 떠오른 송진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모래와 흙의 진액이 가득 묻어나온 흙탕물의 거품 같기도 하지만 그는 좋은 모양이다.
    "흠, 실상 보는것과는 달리 달콤하고 부드럽기도 하며, 맛도 또한 제법이군." 하면서 말이다.
    찍어 먹어봐야 맛을 안다는 옛 말이 있는 것처럼 이내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곧 세워서 찍어 먹어본다.
    "윽, 써" 이렇게 어린 시절에 그는 내뱉기도 했지만 이내 세월의 무게만큼 쓴맛에도 익숙해져버린 그는
    "이정도면 적당히 달군"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 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음을 스스로도 깨달은 것이다.

    막상 생각해보니 그는 항상 커피를 혼자 마신다.
    왜 그는 혼자 마시는 커피에 익숙해져 버렸고, 함께 마시는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가?

    이미 커피는 죄다 마셔버렸군.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