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은 아니지만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마시는 것에 대해서 생각도 한다. 커피는 요즘 너무 무감각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맛에도, 모양에도, 분위기에도... 그저 일상화되어버린 풍경에 그저 반복적일 뿐이라는. 예전부터 그랬던 것일까?
왕도로 가는 길. 과연 왕도란 있는 것일까? 나의 길은 어디일까? 책 하나에도 여러가지 생각을 담아 본다. 빨리 읽어지지는 않을 책. 조금씩 서둘지 않으며 책을 보자. 느긋한 걸음과 같이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 보듯이 산책을 하며.
그냥 뒤에서 드립을 만드는걸 지켜만 본다. 드립...드립...드립...하며 노래도 따라 부르기도 한다. 어떤 드립을 하는걸까? 점으로? 나선으로? 혹은? 조금씩 느리게 만드는 커피도 좋고, 조금은 더 손이 간 커피도 좋다. 그래서 드립은 언제나 혼자 내려서 혼자 마시는 나이니 가능할지도. 하지만 누군가의 손이 닿은 드립의 향기는 더 향기롭기도 하다.
항상 설탕 없이 마시던 커피에 설탕을 넣어 보기도 하는 하루이다. 아니...가끔은 그랬구나... 마지막 한모금의 커피에 설탕을 붓는다. 한잔의 커피에 어울릴법한 설탕을 단 한모금 단 한 스푼의 커피에. 달콤함은 향긋함이 되고 향긋함은 향수가되어 나의 머리를 끄덕이게 한다. 숙여진 머리에 나긋한 기억에 잠이 온다...
일상화된 삶은 모놀로그. 삶에 대한 프롤로그는 사라짐. 설탕의 달콤함, 젖혀가는 삶은 캬라멜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