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쳐서 나와버렸다.
방 온도가 32도를 육박하고 곧 33도가 될 기세.
집에는 귀찮다는 이유로 떡하니 있는 에어콘을 설치도 하지 않고 사는 우리집...
덕분에 집에서 선풍기는 쉴 기세가 없고, 부는 바람은 체온과 비슷하여 뜨끈한 탕을 잘 비우고 훅 하고 부는 입김 같이 훅훅 분다.
집을 나서는게 상책!!
대구, 분지, 사과 아가씨...응?
쪄 죽을거 같은 거리에서 벗어나 카페로 들어왔다.
대충 거리에서 할 일들은 다 끝내고.
배가 고파 까르보나라 한사발을 깔끔하게 비우고 커피를 마신다.
지친 나의 하루, 오후에 활력을 줄만한걸 찾다가 '카페 모카'가 눈에 들어왔다.
달콤한 쵸콜릿과 차가운 휘핑크림, 왠지 고열량이긴 하지만 힘이 날 것 같지 않은가?
작년? 재작년의 여름이었나?
꽤나 맛있게 마셨던 기억의 이끌림에 아직 채 더위가 가시지 않은 시간에 '카페 모카'를 찾게 된 것인지.
차가운 휘핑크림은 마치 아이스크림 같고 그 위에 뿌려진 쵸콜릿의 달콤 쌉쌀한 질감이 코와 혀를 동시에 달콤하게 녹인다.
아마도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아포가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림을 크게 베어물고서 아래의 커피를 맛보면 뭘까 형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쵸콜릿 우유? 깔루아 밀크? 뭐 그런것들?
달콤함과 부드러움에 내 몸의 피로들이 녹아나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적절한 긴장감.
눈앞에 비어버린 잔은 긴 여운만을 자아낸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여름은 가버리고, 가을은 이미 다가와 있다.
내년 혹은 후내년 즈음에 다시 '카페 모카' 한잔을 하면서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을까?
지금 그저 이 한잔의 커피가 행복이다.
내일은 친구와 함께 마셔볼까도 생각한다.
내일은 친구가 온다고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