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집에 가느냐, 밥을 먹으러 가느냐, 커피를 마시러 가느냐.
집에 간다면 아마도 사진 정리와 빨래를 하고서 돈까스를 해 먹거나...
밥은 저번에 알아 두었던 잘하는 돈까스집이나 그냥 대충 배를 불린만한 집...
커피는 늘상 가는 커피샵에서 늘상 마시는 커피를...
딱히 일상적이며 그다지 고민이 되지는 않는 문제에 대한 선택의 기로다.
나는 커피를 마시러 왔다.
주문을 머뭇거리니, "라떼에 샷 추가요?" 이렇게 물어본다.
언제나 마시는대로...
아...오늘은 도피오를 시켰다.
우유의 부드러움 보다도 강렬한 에스프레소의 향과 맛이 필요했기에.
그렇다고 리져레또는 너무 아쉽기에.
늘상 그렇듯이 반은 부드러운 크레마와 함께 그냥 마시고,
반은 슈거스틱 하나를 그대로 부어 진득하게 마신다.
비는 아직도 내린다.
거리에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서 다닌다.
나는 우산이 없다.
그래서 나는 우산을 쓰지 못했다.
아니, 우산이 있다 하여도 쓰지 않았다.
어제도 오늘도 비가 내린다.
그냥...비가 내린다.
낮에는 그저 날이 맑지 않고.
오후에는 짙은 먹구름이 몰려 온다.
저녁이 되어가면 이내 비가 내린다.
어김없이 어제와 오늘은 약속이나 한 듯.
서로가 다른 날임에도 내일이 되면 오늘이 되는 같은.
다름과 같음은 같음이기도 하며 다름이기도 한.
촛불시위도 시들하고, 걸음은 무겁기만 했었다.
오늘도 그저 걸음은 무겁고, 어깨는 쳐져있다.
고양이 밥을 준 손에는 오뎅 냄새만 났다.
배가 고프다.
아직 들어온지 한시간 조금 넘었네...
책을 보고, 그저 멍하니 있다.
음악은 언제나 듣는 듯 또는 듣지 않는 듯한 음악.
사람들의 수다는 끊임없다.
커플들 또는 여자들.
자연스레 흘러들어오는 그들의 대화.
내일 친구가 부산에 온다고 문자가 왔다.
조심스레 "횬아밥먹었느뇨머하느냐"라며.
내일은 종일토록 고양이나 찍을까?
혹은 그저 오랜만에 CDP나 들으며 커피나 마실까?
그렇게 생각 하고 있었는데...
내일은 친구를 위하여 시간을 비워 두어야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웃자.
아무렇지도 않게 걷자.
마치 어제의 일상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