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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랫동안 기다린거 같다. 이런 맑은 날이 오기를. 사실 지금도 맑지는 않고 안개가 끼듯 자욱하고, 하늘에 구름은 연기 날리듯 날린다. 한참동안 비가 내렸다. 쏴아 쏴아 하며 내리는 빗소리에 세상은 조용하다. 사실 빗소리에 묻혀버렸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 그 비가 그쳤다. 매미가 운다. 아니 내도록 울었던 매미 소리가 이제야 들린다. 정말 여름인 모양이다.
여름은 비다. 여름은 즉흥이다. 여름은 장마다. 여름은 여름이다. 저녁에 시원히 내리는 비에 마음이 시원해졌다. 카페를 나오는 시간에 내리는 비는 잠시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았다. 여름에 내리는 비니까. "잠시만요!!" 매니저 오 가 불렀다. 투명 비닐 우산을 건넨다. 깜깜한 밤이지만, 투명 비닐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스네어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묘하게 일반적인것에 끌리는 여름이다.
그맛은 정말 죽음이다. 사진 좀 찍고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땀도 삐질 삐질 나고 목도 마르고. 그럴때 맥주 한캔이 간절하지 않은가. 크아아 ~ 병맥이고 캔맥이고 가리지 않고, 딱 따서 목구멍으로 쏴하고 부어넣으면 장난이 아니다. 입안가득 맥주를 담고서 그 질감을 즐기고 목구멍으로 넘길때면 정말 그만한 행복이 없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거리를 방랑하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