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약간은 새침한 듯 그리고 손 끝이 고혹적인...
    for Freedom/Passing by 2007. 10. 8. 23:10

    오늘은 모처럼의 만원 버스가 아닌 조금은 한가한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아침 7시 30분 경의 버스는 초만원인데 비하여 1시간에서 40여분만 빨리 나오면 여유롭다.
    그 여유를 부리는 가운데서 한가지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됐다.
    (단지 단편적이고, 한 순간에 지나지 않을 정말 말초적인 것 일지도 모른다)
    아직 새벽의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나의 눈이 이채를 띄었던 것이다.
    푸욱 눌러쓴 모자를 조금 올리고는 조금은 감탄 섞인 듯한 미소로.

    167cm 미터의 적절할 것 같은 키에...
    길게 허리 넘어서까지 흘러내리는 긴 생머리.
    새하얀 V자로 목이 파진 긴팔의 옷은 조금은 길어 보이는 듯.
    그래서 그런지 좀 더 편안함과 여유가 깃들어 있는 듯 보였다.
    재질 자체는 면인거 같은데 느낌상으로는 울이랄까?
    약간은 싸늘해져가는 아침 저녁에 어울리는 맞춤이 아닐 수 없다.
    짧은 반바지?
    뭐랄까...핫팬츠에 가까운 그런 스타일의 군청색 바지다.
    티가 조금 많이 내려오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허벅지 라인을 더 예쁘게 살려 주는 듯 하다.
    유선형으로 물이 흐르듯 흘러 시선이 머물게 되는 곳은 다리.
    요즘엔 너무 마른 스키니 스타일이 많다.
    뭐, 스키니한 것도 좋지만, 어느정도의 건강미가 넘치는게 더 좋다고 할까?
    약간은 튀는 듯한 컨벌스의 노란색 스니커즈로 마무리 해 주는 센스.
    전체적으로 편안해 보이는 자유라고나 할까?
    오똑하니 선 코는 제법 고집이 있어 보이는데.
    눈물이 글썽일 듯 커 보이는 눈망울에 선뜻 무언가 내어주고 심정이 들거 같기도 하다.
    다부지게 다문 입술은 역시나 한 고집 할 듯 싶기도 한데.
    부탁을 한다면 거절하지 못할 것 같다.
    연갈색의 제법 큰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가로 40cm, 세로 28cm, 폭 10cm 정도의 여러가지가 들어 있을 것 같은 가방이었다.
    아마 기본적인 화장 도구가 들어갈 터이고,
    요즘은 다들 들고다니는 mp3도 들어갈테지?
    아니면 핸드폰에 그런 기능이 다들 있으니 없을지도 모른다.
    딱히 특별하게 무엇이 들어가 있을까?

    나를 내리고 떠나는 508번의 버스와 함께 그녀는 다시 떠나 버렸다.
    조금의 아쉬움은 한마디 말을 건네보지 못했다는 것 정도?
    나의 상상 속에서 조차도 말 한마디 건네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런데 인연일까?
    41번 버스로 환승을 하고서 지나는 길에 내려서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
    왠지 모를 희미한 미소에 나까지 감염되는 듯 하다.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