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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려 오라듯 가라듯 흐느적 가을 끝자락에 걸린 나뭇가지는 무엇이건간에 뿌연 습막 안기네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인데. 그대가 유령인건지 내가 유령인건지. 시간의 흐름에 지나치는 모두는 타인이다.
때론 험난하던 바다도 시간에 갇혀 잠잠해져 버렸다. 내가 딛고 걸으려면 걸을 수 있는 단단한 극지방의 얼음마냥. 그 바다에 서서 젖음이 젖음이 아니게 되는 나를 상상한다. 실상은 이것도 저것도 다 바다임은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