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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for Freedom/Passing by 2007. 11. 26. 21:33
    연구실을 출퇴근을 하다보면 항상 지나치는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그 거리의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연구실을 가는 길에 이동형 점포가 하나 있다.
    항상 그 장소에 그 시간이면 그 사람이 있다.
    여름이거나 혹은 겨울이거나 와플과 호떡을 파는거 같다.
    여름이면 딱히 장사가 안되어 다른걸 하는게 좋을법도 싶은데 항상 같은걸 파는거 같다.
    아직 내가 이 거리를 지나기 시작한 것은 올 8월 부터 지금 11월 말일여 까지이니 정확하진 않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에 걸쳐 있다는 것에 있어서 항상 이라는 것도 틀리지 않은 표현인거 같다.
    작은 호떡과 와플을 파는 이 점포에는 한 여자분이 팔고 계신다.
    옆에 보이는 분은 남편 분인거 같은데 다른 일이 끝나면 와서 물건을 옮기거나 해서 도와 주시는거 같다.
    난 사람과 사람이 만날때는 서로가 어떻게 느끼길 원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난 먼저 인사를 하는걸 좋아하는 편이다.
    와플을 하나 들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라고 줄곧 말하곤 한다.
    이 여자분께서는 파란색이 약간 들어간 안경 너머로 크진 않지만 빙그레 웃어 주신다.
    왠지 기분이 좋다.
    절대적이진 않지만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그런 느낌일까?
    그저 빙그레 웃어 주시는 그 모습이 좋은거 같다.
    또, 하루는 여느때와 같이 와플을 하나 달라며 오백원짜리 동전을 하나 꺼내 들고는 반갑게 받아든다.
    인사를 하며 들고 가려니 말없이 빙그레 웃어 주신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그저 단지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닌 좀 더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다.
    와플의 모양도 하트 모양이라 왠지 기분이 더 좋은걸까?
    어느날이었다.
    우연스레 와플은 사지 않으며 지나칠 때 이 여자분과 남편되시는 것 같은 분이 대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
    정확한 표현으로 들었다는 것 보다 보았다는 것이 맞고, 그 의미는 알아듣지 못했다는게 옳다.
    수화였다.
    아...그래서 언제나 말이 없어셨구나.
    매번 와플을 사 먹으러 오는 손님 같은 경우는 얼굴도 기억할만하고, 한마디 말도 붙여볼만한데...
    그저 빙그레 웃어 주시던 것은 그런 것이었구나.
    미소다.
    그래 그 미소라는 것은 어떤 달콤한 언어 보다 어떤 섬세한 문학 표현 보다 더 가슴에 아렷한 것이다.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말로 표현을 하자면 어떤 금과 옥같은 것을 주워도 족하지 않을.

    난 평소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나와 같고 우리와 같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 속에서 그들이 일반인(사지가 일단 멀쩡한 사람) 보다 못하달까?
    그런 우습지도 않은 생각을 가진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장애를 영어로는 handicap 이라고 표기한다.
    그건 누군가의 우위를 평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불리함을 말하는 것이다.
    당신은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아는가?
    당신은 그림을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가?
    할 수 없다면 그건 당신의 handicap 이다.
    그런 명제에 대한 handicap 인 것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꾸준함이 있으며, 웃음을 잃지 않는 꿋꿋함이 있는 것 같다.
    난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저 스쳐 지나는 인생에 단 한번도 대화하지 못할 인연이라 할 지라도.
    그저 오백원을 건네며 감사합니다 라는 말 밖에 못할지라도.
    그것을 당신께서 듣지 못하실 지라도 웃어 주시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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