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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도로스를 꿈꾸었다...
    for Freedom/Passing by 2007. 10. 11. 23:22

    이틀을 연달아 같은 사람을 보게 된다는 것은 굉장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불가에서 말하기를 한번의 스침도 수많은 인연에 의한 것이라 하는데...
    두번의 스침은 얼마나 많은 인연이 있었다는 것인가.

    점잖은 노신사다.
    머리에는 예전 영화에서나 보던 뱃사람의 모자를 쓰시고.
    캐쥬얼하게 왠지 편한 정장 차림.
    안에는 가로 줄무늬라 더 그런 듯 하다.
    키는 작으신데 다부지게 생기신 것이 전형적인 뱃사람 같아 보인다.
    머리도 하얗세 세셨고, 덥수룩한 수염도 새하앟다.
    세월의 연륜이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거기에 또한 자기가 살아 온 만큼 그 세월에 대한 고집도 대단할 듯 하다.
    눈은 부리부리한데다가 젊은이에 못지 않는 기백.
    (한 젊은이가 자리 비켜서 앉으시라고 하니 괜찮다고 하시더라 20여분을...서서...)
    여기다가 근사한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마도로스(matroos)라는 말을 곧잘 듣곤 했다.
    한국 산업의 중흥기 때 돈을 벌러 외항선을 타러가는 사람들을 마도로스라 불렀기 때문이다.
    이 시대적 배경의 사랑에대한(그 외에도) 여러가지 영화와 노래들은 지금도 아련하다.
    나의 시대가 그 시대가 아니지만은 아버지가 곧잘 하셨던 말씀이니까.
    멋진 마도로스 같은 남자.
    선글라스를 끼고 태평양을 가르는 배의 뱃머리에 다리를 턱 하니 걸치고,
    몰아치는 바람에 마후라는 펄럭인다.
    험한 바다를 건너온 사나이의 다부진 팔뚝은 자식에게는 다정스러운 조금은 슬픈 팔이다.
    그러던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은 이미 할아버지이거나 노후한 중년이다.

    왠지 그 고집스러워 보임은 이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일지도.

baram_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