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대구 카페] NANNINI : 이탈리아 100년 전통의 카페, 사라진 카페
    Cafe&Tea story/Cafe is 2010. 11. 10. 11:19


    파스타하면 이탈리아가 생각 날 것인데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유명한 것이 커피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나 소설 등에서도 이탈리아 이야기가 나오면 와인은 포터 와인인냥 별다른 묘사가 없어도 왠지 모르게 커피에는 디테일한 면이 없잖아 있다. 덕분에 커피 좀 마셔봤다는 사람들은 의례히 이탈리아를 한번쯤은 생각하지 않을까(와인하면 프랑스를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말이다)? 우스개소리로 "나 이탈리아에서 커피 좀 마셔봤어." 하면 커피맛을 좀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할 정도니 말이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커피는 유명하고, 역사가 깊다.

    "NANNINI" 역시 이탈리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SIENA 지방에 적을 두고 있는 정통성이 있다 할 수 있는 카페라 할 수 있다. 현지도 아닌 타국에 뿌리 내리려는 프렌차이즈 일지라도 원류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이탈리아, 일본, 독일, 스웨덴 그리고 한국에까지 매장이 있는 100년 전통을 지닌 세계적인 브랜드다. 딱히 세계적이라 하기에는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국가가 다소 적은게 사실이지만 자국 외에 타국에 뿌리를 내린다는건 사실 쉬운일이 아니다(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난니니는 2010년 중순까지 홈페이지가 있다가 사라졌는데 런칭 시켰던 업체가 한국에 몇개 만들어 놓고 사라진거 같기도 하다. 이런바 먹튀?).

    한국에서는 서울, 대구, 부산 이정도가 있다고 했는데 서울은 확인해보지 않았고 부산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먹튀 당했으면 OTL(올해 중순 난니니의 한국 홈페이지 http://www.nannini.co.kr 게시판에 보니 홈페이지 잔금도 치르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는 글이 있는걸 봤고, 지금은 아예 페이지가 열리지도 않는다).


    물은 셀프, 주문은 카운터에서하고 음료는 직접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요즘은 거의 진동벨 셀프 서비스인데 프렌차이즈면서도 이런 서비스라니 어쩌면 고객 감동일지도 모르겠다. 실내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중앙에 두개의 테이블은 깊숙히 앉을 수 있는 가죽 쇼파가 세개씩 마련되어 있다. 딱히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복잡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크게 붙어 있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흡연석은 따로 화장실가는 길목에 유리로 막혀져 따로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전체적인 공간은 이전의 실내 촬영을 해 놓은 포스팅을 참조 하면 된다.
    2010/11/08 - [Cafe&Tea story/Cafe Photo] - [CAFE] NANNINI


    난 여기서 대부분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아마도 점심 이후나 저녁의 간단한 요기 이후에 들어와 입가심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리라. 요즘에 A 라는 대형 프렌차이즈에 가면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면 담뱃재 냄새 같은게 물씬 올라오는데 비해 여기의 에스프레소는 그에 비해 아주 깔끔하다. 그렇다고 S 사의 전자동 머신처럼 에스프레소를 아메리카노 내려주지는 않으니 마실만하다. 거기다가 가격을 들으면 놀랄거다. 2000원. 에스프레소는 머신 세팅의 문제인지 리스트레또는 안된다고해서 아쉽다. 혹여, 마시기에 맛이 없다고 여겨진다면 카운터에 말하면 새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런식의 피드백을 기분나빠하지 않는게 좋다. 뭐, 에스프레소가 진해서 맛이 없어요는 주문 자체가 잘못된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도피오도 가능하다. 현재 메뉴판에는 도피오가 3300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놀라지 마라. 무려 2500원에 가능하다. 그냥 샷 추가는 500원 이니까 말이다. 사실 3300원 책정한건 여기 오너가 처음에 메뉴를 짤 때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오늘 용기내서 물어보니 조만간 메뉴판 구조조정이있을거란다. 자기들도 좀 웃긴건지). 여하튼 도피오로 마신다면 크레마가 있는 위의 절반은 그냥 마시고 나머지 반은 슈가스틱 하나를 다 넣어서 달콤하게 마시는게 나의 방식.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내가 마시기에는 확실히 샷 추가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서 거의 주문하지 않는 메뉴랄까? 여름에 너무 더운 갈증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게 전부다. 그 중에는 세트메뉴는 아메리카노랑 세트가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마신게 대부분 이지만 말이다.


    카푸치노를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아주 기호가 뚜렷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맛보기로 나쁘지 않다고 한다. 너무 드라이하지 않은 우유 거품이 알바생들이 막 만들어주는 게거품나는 카푸치노와는 달라 보인다. 벨벳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꽤나 부드러운것이 좋았달까? 다만 말하지 않으면 시나몬가루를 뿌려주는데 대구에서 왠만한 곳들은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죄다 시나몬가루를 뿌려준다. 아마도 카푸치노는 라떼의 거품보다 더 많은 가열이 이루어지고 그러면 탄내와 비린내가 날 수도 있는데 그 우유의 비릿한 맛을 잡기 위한게 아닐까? 그런데 시나몬가루가 들어가 버리면 음식에 생강이나 계피가 들어가서 잡미를 잡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들도 준비되어 있다. 카페에 가서 딱히 마실게 없으면 난감한데 그 마실게 없다는 표현은 무엇하나 제대로 먹을만한게 없다는 표현과도 같다. 그럴때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좋은건 뭘까? 바로 기성제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마르텔의 애플쥬스, 페리에·헤로게이트의 탄산수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제품들의 납품 단가를 생각하면 보통 1000원 이상 2000원에서 좌우당간이니 말이다. 무리수를 두고서 선택하지 말고 이런 선택도 있다는걸 기억하는거다.


    이탈리아의 난니니는 카페CAFFE 로서의 성격과 카페테리아CAFFETERIA 로서의 성격이 혼재한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어중간한 시간에 들려 간단히 끼니를 떼우기에 좋을만한 파니니 메뉴들이 몇개 있다. 다만 일반 패스트푸드점과 다른것은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져 재료의 신선도가 살아있고, 식자재 자체도 괜찮은 것을 사용하는 것 같다(집에서 내가 해 먹는만 못하긴 하지만). 그런것을 느끼는게 먹어보면 맛을 안다고 치즈나 햄·소시지를 싼맛에 먹는 그런것들과는 다르다. 서빙될 때는 길다란 접시에 반으로 나누어진 파니니와 가운데 발사믹이 뿌려진 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갈바노GALVANO 는 핫도그햄이 들어간 파니니다. 핫도그햄은 소시지다. 옛날 거리에서 먹던 핫도그의 겉의 튀김가루 밀가루를 다 먹고서 마지막에 먹던 기다란 소시지 말이다. 소시지는 요즘에 800~2000원 정도하는 거리의 핫도그 소시지와 다르다. 추억은 거리에서 더 느끼겠지만 맛은 이게 낫다. 파니니빵에 칼집이 내어져 구워진 소시지는 치즈·야채·피클과 함게 들어가는 왠지 아쉽다. 아마도 소시지가 반쪽짜리라 그럴 것이다.


    솔직히 나는 갈바노 보다는 프라가PRAGA 가 좋다. 단면이 왠지 좀 더 정갈해 보여서랄까? 비어햄 그러니까 슬라이스햄을 차곡차곡 개듯이 넣고야채도 개듯이 넣어서 그 위에 양파와 치즈 토마토가 올라간게 단면적으로 지층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지층이 이렇듯 부드럽고 맛있다면 아마도 세계는 식량난에 허덕이지 않을테지만 말이다(깊이 파면 고기가 나온다!!).


    카페테리아CAFFETERIA 로서의 성격이 밥적인 거라면 디저트 적인것은 파티쉐리아PASTICCERIA 일 것이다. 여기서는 머핀·브라우니·타틀렛·쿠키·쵸콜릿등을 직접 만든다. 그런데 이정도 메뉴로서 파티쉐리아라고 하면 조금 섭섭할거 같다. 너무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그래, 이렇게 생각하자. 여긴 카페에 카페테리아와 파티쉐리아를 조금씩만 곁들인 곳이라고. 다만 아쉬운건 SIENA 지방의 전통 디져트인 판포르테PANFORTE 를 맛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아는 친구를 그걸 위해서 난니니를 다녀왔다고도 하던데 말이다. 그래, 한국에 없으니까 다녀왔겠지.


    디져트를 만드는 사람을 블랑제BOULANGE, 파티쉐PATISSIER, 쇼콜라티CHOCOLATIER 정도로 나눠 보자면 이건 어디에 가까울까? 블랑제는 빵을 만들고 파티쉐는 과자를 만들고 쇼콜라티는 쵸콜릿을 만든다.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르지만 파티쉐가 빵만든다고 뭐라 할 순 없고 블랑제가 과자를 만든다고 뭐라 할 순 없는 노릇. 하지만 같은 것을 만들더라도 서로의 성격이 다르니 만들어지는 것도 각자에 맞게 나오는 것이다. 그런것을 살펴 볼 때 여기의 브라우니는 빵에 가깝다. 빵에 가깝다기 보다는 쵸콜릿 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나의 선호도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진득한 쵸콜릿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식감과 맛이다. 이걸 만드는 여기의 사모님이 직접 의견을 수렴해서 나온 결과물이라 하니 난 조금 많이 매니악한 모양이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진득한 쵸콜릿의 느낌이지만 빵의 쫄깃함도 잊지 않는 그런 브라우니가 먹고 싶었는데. 그래도 가격은 만족할만하다. 저 두좍에 1500원이라니 말이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먹기에는 딱 좋을 정도니까. 합해봐야 3500원. 정말 부담없지 않은가.


    타르트TARTE 는 프랑스식 파이이다. 난 파이보다는 타르트를 좋아한다. 타르트는 속이 보이는데 파이는 속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거 같다. 그런 타르트의 작은 버젼이 타틀렛TARTELETTE 을 특히 좋아한다. 타르트는 크다. 그래서 혼자 먹기에는 힘들다. 그래서 파는 것도 타르트를 잘라 조각내서 판매한다. 그건 온전한 하나가 아니다. 타틀렛은 작지만 온전한 하나다. 하나를 다 먹는다는 느낌. 전체를 소비했다는 포만감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의 치즈 타틀렛은 괜찮은 편이다. 겨우 2000원에 원가 절감을 위한다는 핑계로 재료를 줄이거나 하진 않았고, 2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먹을만 하니까. 언젠가 에스프레소+브라우니가 에스프레소+타틀렛으로 바껴버렸다.


    대구의 난니니는 이제 프렌차이즈라 부르기 힘들다(아마도 프렌차이즈 사업체의 먹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다. 염치불구할거 까지는 없고, 조금 머슥하게 리필을 부탁하면 아메리카노 한잔 정도는 더 줄 수 있는 정도의 개인 카페인거 같다. 딱히 시끄럽지도 않고, 푹신한 의자에 몸을 뉘이고 책을 조금, 음악을 조금 듣고 나올만한 카페. 친구랑 같이 갔을 때 친구는 시를 쓰고 나는 글을 끄적인다.

    PS. 몇번에 걸쳐 써야 할 타르트며 브라우니며 등등 여러군데를 다니면서 느낀점들이 생각나 와락 터트려진거 같기도 하고 한 가게에 대한 감상이라 너무 짧은 감도 있다. 그런것들은 다음에 써야지.
    PS2. 올해도 다 저물어 가는데 내가 가본 가게들에 대한 생각들은 사진을 보면 그 감정이 고스란히 다 살아나는거 같다. 처음 들어섰을 때의 느낌, 주문 받을때의 태도, 음료나 음식의 수준, 실내의 인테리어 등등.


baram_lux